라울 뒤피는 누구인가?
1877년 노르망디의 르아브르에서 라울 뒤피가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레옹-마리우스 뒤피는 회계사이면서 음악가이기도 했는데,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라울 뒤피와 형제들은 음악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며 성장했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 때문에 14살의 라울 뒤피는 낮에는 커피 수입상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르 아브르 시립미술학교에서 그림 공부를 하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습니다.
그 결과로 시 장학금을 받아 파일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많은 인상파 화가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라울 뒤피 역시 초창기에 작업한 많은 작업에서 인상파 화풍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머물던 젊은 라울 뒤피는 파리 곳곳에서 전시하는 인상파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05년, 라울 뒤피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접하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의 작품들은 인상파 화풍에서 야수파 화풍으로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라울 뒤피의 야수파 화풍에 대한 사랑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고, 1907년부터는 다른 화풍으로 빠르게 옮겨가게 됩니다.
라울 뒤피는 살롱 도톤느에서 접한 폴 세잔의 작품에 큰 인상을 받으면서, 형태와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되며 새로운 회화 스타일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그의 작품은 단순한 형태와 부드러운 색상을 특징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내 입체파의 제약을 파괴하고, 라울 뒤피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과 아라베스크 장식, 가벼운 스케치 등의 특징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이렇듯 라울 뒤피는 인상파와 야수파, 입체파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화풍을 경험했고 어느 한 사조에 머무르지 않으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완성해갔습니다.
라울 뒤피는 평생 여러 화풍과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열정적으로 만들어간 예술가입니다. 그는 유명 디자이너였던 폴 푸아레의 제안으로 목판화로 만든 패턴을 이용해 직물 디자인을 시작했고, 이 계기로 라울 뒤피는 장식 예술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켰습니다. 이후 1912년부터는 리옹의 실크 회사인 비앙키니 페리에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직물 디자이너이자 장식가로서 활발하게 재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타고난 장식에 대한 감각과 그의 스타일을 활용해 1924년부터는 수많은 도자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바다나 말에 큰 인상을 받아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라울 뒤피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프랑스나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각 지역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많이 그려냅니다.
라울 뒤피의 대표작
'전기 요정'은 라울 뒤피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937년에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벽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입니다. 파리 전력회사에서 라울 뒤피에게 의뢰하여 제작된 이 작품은 가로 60m, 세로 10m에 달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 그림이었습니다. 고대 사람들의 정전기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20세기에 이르러 전기의 발전사까지 전기에 관한 역사적 사건들을 담고, 에디슨이나 벨, 퀴리 부인 등 전기와 관련된 110명의 인물을 그려 넣었습니다. 또한 전기의 발전으로 파리 구석구석 불이 밝혀지고, 활발하게 돌아가는 파리의 아름다운 야경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954년에 파리시에 기증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 상설 전시되고 있습니다.
라울 뒤피 관련 전시 비교
현재 라울 뒤피에 관련된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더현대서울 알트원에서 라울 뒤피를 기리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과 공동 주최된 전시로, 오늘날 라울 뒤피의 최고 권위자라고 불리는 퐁피두센터의 크리스티앙 브리앙 감독이 참여해 더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공동주최한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은 오늘날 라울 뒤피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1953년 라울 뒤피가 사망한 후 그의 부인인 에밀리엔 뒤피가 남편의 모든 작품을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1,500여점의 유작 중에서 그의 발자취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130여점의 작품을 엄선해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라울 뒤피의 시대별 작품 활동과 그의 예술가로서의 연대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총 12개의 섹션으로 구성했고, 인상파부터 야수파, 입체파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겪은 라울 뒤피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약했던 라울 뒤피의 유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전시는 라울 뒤피의 대표작인 전기 요정의 오리지널 연작을 전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전시는 2023년 5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더현대서울 6층 알트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전시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전시인 '라울 뒤피 : 색채의 선율'입니다. 이 전시는 라울 뒤피의 사후 70주기를 기념하여 개최되는 국내 첫 회고전이라고 합니다. 이 전시 역시 라울 뒤피의 회화 및 드로잉 작품은 물론이고, 그가 제작한 직물, 아트북, 의상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16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라울 뒤피 작품의 최고 컬렉터로 알려진 에드몽 헨라드 콜렉션의 드레스와 직물, 수채화 작품 등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전시에서는 라울 뒤피의 대표작인 전기 요정을 판화 기법으로 제작한 원화 작품을 볼 수 있고, 전기 요정을 초대형 미디어아트도 구현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2023년 5월 2일부터 9월 10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