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는 누구인가
앙리 마티스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의 작품은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 포스터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벽면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디아의 초상' 포스터 하나쯤은 꼭 붙어있곤 했었습니다.
앙리 마티스는 1869년에 태어나, 19세기 말-20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야수파 화가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카소와 더불어 20세기의 최고의 화가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는 전 생애에 걸쳐 회화, 조각 및 예술 전반에 걸친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프랑스 북부의 르샤토-캄프레시스에서 곡식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넉넉한 환경에서 자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예술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부모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그가 미술을 공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었으나 이내 법학은 자신의 길이 아니고 본인의 열정이 예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림의 전통적인 기법들을 학습해가면서도 그 안에서 본인의 예술 스타일을 발전시키기 시작했고, 밝은 색상과 단순한 형태에 매료되어 야수파를 창시하게 되었습니다.
야수파란
야수파는 19세기 말에 등장한 예술 운동 중 하나입니다. 앙리 마티스와 모리스 드 블라맹크 등 여러 예술가 그룹에 의해 시작된 야수파는 빛과 움직임의 효과를 그림 위에 표현해내기 위해서 밝고 강렬한 색상을 위주로 사용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술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들 사이에서 밝고 자연스럽지 않은 쨍한 원색들을 사용한 야수파 작품들은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빠르게 인기를 얻어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앙리 마티스는 야수파의 예술 이론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여 야수파의 대표적인 작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중 Joy of Life는 야수파 작품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종이를 오려 그림을 그리다
젊은 시절 대담하고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해온 그였지만, 그는 말년에 아내였던 아멜리와 헤어지고 고독한 삶을 보냈습니다. 또한 여러 차례 암 수술을 받은데다가 지독한 관절염까지 있어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그가 새로운 기법으로 예술성을 표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는 붓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종이를 오려 붙여 형태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표현법을 만들어냈고, 그의 색채 감각과 표현 감각을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종이를 오려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작품 중 이카루스가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파란 배경 위에 춤을 추고 있는 듯한 검은 색의 사람 형태를 붙이고 가슴에는 빨간 작은 점이, 사람의 주변에는 별 모양의 노란색 장식들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태양 가까이 날아가 추락한 이카루스의 장면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서거 70주년 기념 전시
그의 서거 70주년을 앞두고 서울 건대입구 CxC 아트 뮤지엄에서 앙리 마티스 특별전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 특별전은 그가 현대 예술사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조망하기 위함으로, 그의 생전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그의 유산에 영향을 받은 후대 예술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그가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5개의 섹션과 1개의 스페셜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섹션은 하우스 오브 마티스입니다. 노년의 앙리 마티스는 여러번의 암 수술의 여파로 건강이 악화되어 기존에 작업하던 회화 그림과 조각 작품들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그는 시집 등을 위한 작은 사이즈의 삽화를 그리거나, 가위를 이용해 종이를 오려 콜라주 형태의 컷아웃 작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컷아웃 기법으로 작은 아티스트북에서부터 크게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컷아웃 기법은 앙리 마티스의 예술세계의 마지막 방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주요한 형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우스 오브 마티스 섹션에서는 '루마니아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 '리디아의 초상'과 같은 그의 유명 회화 작품부터 컷아웃 기법으로 제작된 '아폴리네르'까지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섹션인 재즈에서는 그의 컷아웃 기법 대표작인 '재즈'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재즈'는 생생하고 강렬한 색채의 종이들을 오려 붙여 제작된 작품으로, 마티스는 서커스, 민담, 여행의 추억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그의 컷아웃 작품들을 표지로 제작된 여러 책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초창기 사진집인 '결정적 순간' 부터 앙리 마티스가 여러 차례 표지 작업을 진행했던 전위적인 예술 비평 잡지, '베브르'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섹션은 마티스와 사랑의 시입니다. 마티스가 병상에서 시간을 보낼 때 그를 위로해준 건 아티스트 북을 위한 작은 그림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기존에 그가 작업하던 작품들보다는 현저히 작은 크기의 판화 드로잉 작품이었지만, 그 사이즈로 인해서 그에게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부담감이 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년에는 시집 등을 위한 다양한 작은 드로잉 작품들을 남겼는데, 이 작품들을 작업하면서 그는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