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세잔의 생애
폴 세잔은 1839년 1월 19일, 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루이스 아우구스테 세잔은 모자 사업으로 큰돈을 번 후 엑상 프로방스의 첫 은행을 설립할 정도로 큰 부를 축적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부로 인해 폴은 예술 활동에 큰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아버지 사후에는 많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였던 엘리자베스 오베르는 인생에 대한 폴 세잔의 관점과 방향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폴 세잔은 어린 시절부터 화가가 되고 싶어 했으나 아들이 법학을 전공하길 바랐던 아버지의 극성에 못 이겨 법학을 전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법학은 그가 원하던 길이 아니었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미술학원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결국 미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했던 폴 세잔은 1861년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파리로 떠나게 됩니다. 아버지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어머니의 지지와 이미 파리에 살고 있었던 친구 에밀 졸라의 영향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결국 아들의 의지에 백기를 든 그의 아버지는 이후로는 아들의 결정을 후원하고 그가 파리로 거주지를 옮길 때 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힘들게 시작한 것과는 무색하게, 미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본인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깨닫게 된 폴 세잔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예술학교 입학시험에도 낙방을 한 경험이 있고, 4~5년간 꾸준히 파리 살롱전에 작품을 출품하곤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곤 했습니다. 전시에 출품할 때마다 번번이 비평가들의 혹독한 혹평만을 듣던 폴 세잔은 점차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을 줄이고 나중에는 아예 참가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예술가로서 성취가 없으면 없을수록 폴 세잔은 재정적으로 아버지한테 점점 더 기대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들의 예술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는 아들에게 모욕적인 말들을 하며 붓을 놓을 것을 강요했습니다. 자기 작품에 대한 냉담한 대중의 반응과 가족들의 모욕에 폴 세잔은 크게 낙담하고 본인의 세계에 점점 더 고립되며 그림에만 몰두하였습니다. 개인의 일생으로 봤을 때는 어두운 암흑기였겠지만, 오히려 이 시기를 겪어내며 폴 세잔은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개척하게 됩니다.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한 폴 세잔은 죽기 전까지 200여점의 다양한 작품을 남기며 왕성한 예술 활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부터, 친구, 대중들까지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워했습니다. 특히 유년 시절부터 친구로 지냈던 소설가 에밀 졸라는 친구였던 폴 세잔의 작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 졸라와 폴 세잔은 오랜 기간 서로 의지하며 돈독한 우정을 나눴는데, 1886년에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맙니다. 에밀 졸라가 '작품'이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실패한 화가를 작중인물로 등장시킨 사건이었습니다. 이미 패배감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폴 세잔은 친구의 소설에 묘사된 실패한 화가가 자신을 모티브로 했다고 확신했고, 이 사건 이후 친구였던 에밀 졸라를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린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들의 우정이 소설 하나로 종결되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로 폴 세잔은 더더욱 자신만의 세계의 벽을 높게 쌓아 올리며 은둔하게 됩니다. 연이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폴 세잔은 상실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188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점차 폴 세잔의 작품들이 프랑스의 예술가 사이에서 서서히 알려지게 되고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폴 세잔은 그토록 기다려 왔던 인정과 명성을 뒤로한 채 고립되어 그림만 그렸고 그의 말년은 고독할 뿐이었습니다. 1906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던 67세의 폴 세잔은 비바람에 쓰러졌습니다. 그는 이내 의식을 잃었고 당뇨 합병증과 폐렴이 한꺼번에 오면서 그가 태어났던 엑상 프로방스에 묻히게 됩니다.
폴 세잔의 대표작
오르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가 있는 정물'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사과와 오렌지를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낸 이 정물화는 일반적인 정물화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림 속의 각 물체의 위치와 모양이 자연스럽지가 않아보이는데, 이는 폴 세잔의 작품 특징인 다중 시점을 사용하여 그려낸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폴 세잔은 하나의 시점으로 모든 물체를 그려내는 전통적인 원근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물체별로 다양한 시점을 설정하고 그것들을 조합하여 한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그가 이렇게 작품을 구성했던 것은 각 물체가 지닌 형태의 특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폴 세잔은 모든 형태의 본질은 구, 원통, 원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 기준을 가지고 물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시점을 다양화하여 하나로 편집해 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그려낸 폴 세잔의 정물화들은 묘하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어 보이고 화면이 꽉 차 보이는 인상을 줍니다.
전시 소개
제주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 전시장에서는 2022년 11월 4월부터 2023년 10월 15일까지 '세잔, 프로방스의 빛'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국내 최초 몰입형 예술 전시로 다양한 빛과 음악, 공간 구성을 통해 폴 세잔의 대표작들을 재해석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폴 세잔의 초기 작품부터 말기 작품까지 많은 작품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으며,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35분간 관람이 가능합니다.
1년간 이어져 온 전시가 다음 달이면 막을 내린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전시가 끝나기 전에 방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